[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27



1.

연방수사동아리 <S.C.H.A.L.E>.

통칭, ‘샬레’가 불리우는 새 동아리의 출범은 그야말로 키보토스 전체에 큰 이슈가 되었다.

키보토스 총학생회장의 직속 동아리라는 점, 샬레에 소속된 선생이 생텀타워를 복구시키고 그 권한을 총학생회에 양도했다는 점, 이러한 샬레가 총학생회장의 대리로써 초법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점.

비단 ‘선생’이라는 존재뿐만이 아닌, 초법적인 권한을 지닌 조직의 탄생은 키보토스 전역의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사안임이 틀림없었다.

정치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더 나아가 입지적으로도 샬레의 출범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당연하게 경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샬레는 무엇인가?

조직의 목적은 대체 뭔가?

선생이란 존재는 어떤 사람인가?

이는 각 자치구에서 당연하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고,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기도 했다. 무정부 사태 때 등장했던 실크 이후로 모든 자치구들이 시선을 주목하는 존재가 또 하나 생겨난 것이다.

영웅 실크가 법적인 영역 바깥에서 뛰어노는 초인이라면, 샬레는 초법적인 권한을 다루는 초인인 셈.

그렇기에 경계했고, 주의하며, 선생에 관한 정보를 캐냈으나 얻어낼 수 있었던 정보라곤 샬레의 선생이 초법적인 권한을 휘두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아하기 그지없는 정보 뿐.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키보토스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총학생회에게로 생텀타워의 권한을 곧바로 넘겨줬다고? 어째서? 무슨 의도로?

지금까지 보아온 ‘어른’의 대표적인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런 선생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었으나- 선생은 그런 수많은 의문들을 제치고 샬레 출범의 본 목적을 키보토스 각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선생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른들과는 다른 태도를 취해야겠다는 판단을 하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몇몇 이들은 선생을 두고 단순히 흥미만을 보이지 않고 실현시키기 어려운 탐욕을 품었으나 이는 현 시점에선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기에.

호기심. 의아함. 당혹감. 그리고 의심.

새로운 선생이 내린 판단과 선택은 키보토스의 모든 학생들의 머릿속에 궁금증과 호기심을 새겨넣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결정지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어른.

이것이 샬레 출범 초기에 있었던 선생에 대한 평가이자 인식이었다.

생텀타워가 복구됨에 따라 이와 같은 소식은 번개와도 같이 키보토스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학생과 일반 시민, 군소세력 등 구분 없이 모두가 ‘선생’이라는 존재를 주목하였다.

그리고 모든 이들은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키보토스의 미래는 어쩌면 저 ‘샬레’의 행보에 따라 크게 변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2.

선생의 등장 이후, D.U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갔다. 선생을 필두로 총학생회의 학생들이 그간 생겨났던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넣겠다는 듯이 빠르게 일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기에.

사실상 마비 상태였던 행정 시스템을 빠르게 복구시키고 박살나버렸던 경제와 교통 시스템 또한 점진적으로 회복해나가는 모습.

하루가 다르게 회복해나가는 모습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도 결코 적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이 이번 무정부 사태에 대한 총학생회를 향한 규탄과 책임의 목소리였기에 총학생회 소속의 학생들만이 머리를 쥐어뜯게 될 일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의 실종 소식이 대대로 알려지게 되며 또 다시 소란이 일었으나 금세 혼란은 잠재워졌다. 그 원인에는 총학생회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간 말 그대로 망가져버린 자신들의 일상을 복구하는데 모두가 혈안이었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대규모 학원이든, 중소규모 학원이든 모든 학원이 동일하게 피해를 받게 된 현 시점에서 분탕을 치기보다는 각자 회복에 집중하자는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가장 고통받게 되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으우…….”

“크어억…….”

엔지니어부의 히비키와 우타하, 그리고 베리타스의 아이들과 같은 소위 ‘실력자’들이었다.

“……괜찮아요, 둘 다?”

“아니….”

“죽을거 같아…….”

밀레니엄을 복구시키고자 전력을 쏟고 있는 세미나의 요청으로 정비, 복원, 제작 등의 의뢰 폭풍에 휩쓸리게 된 엔지니어부의 멤버들.

내가 요청했던 의뢰에는 제대로 손도 못대고 있는지 미안한 기색을 보이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나였기에 그냥 쓴웃음만 지었다.

“전 괜찮아요. 저도 당분간은 히어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많이 바빠질거라, 의뢰 활동은 안정된 이후에 진행해야겠죠.”

“고마워, 히이로…….”

“넌 천사구나…….”

“천사는 무슨. 피곤하시면 이거라도 드세요.”

“우응…. 마시써…….”

“고마어…….”

당장이라도 기절할거 같은 두 사람의 힘빠진 목소리에 내가 다 힘이 빠진다.

당분이라도 채우라면서 초콜릿과 쿠키를 입에 넣어주니 반갑게 입을 벌리는 둘의 모습이다.

“아, 맞다. 히비키.”

“왜…? 히이로.”

“…….”

저건 몇 번이고 들어도 적응이 안되네.

나나시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히이로’라며 불리는게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이름 진짜 왜 그러냐고.

“저번에 제 새로운 가면 완성하셨다면서요?”

“아…. 그랬지…….”

상념을 털어내고 본 주제를 꺼내자, 깜빡했다며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공방 구석으로 가는 히비키.

이후 그녀가 꺼내온 것은 검은색의 상자. 상자를 열어보니 그곳에는 이전에 착용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의 여우 가면이 있었다. 하얀 바탕에 푸른 문양이 그려진, 와카모의 가면이 떠오르게 하는 모습.

다만,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전에 사용하던 가면은 얼굴 전체를 가렸다면 이번에는 입가는 가리지않고 얼굴의 상반부만을 가리는 형태라는 것?

그리고 또, 추가된 기능이 새로 있었다.

“한번… 써봐…….”

“아, 네. 고마워요, 히비키.”

“으응…….”

정말 피곤한지 눈을 비비적대며 고개를 끄덕이는 히비키. 입을 쩍 벌리며 하품하는 모습이 정말 강아지 같아서 귀여웠다.

나는 설핏 웃으며 가면을 얼굴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측면부에 장착된 버튼을 누르자-

키잉-

구동음과 함께 가면의 눈 부분이 빛나면서 나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이 눈앞에 출력되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불투명한 메시지 창. 마치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던 시스템 창이 이렇게 생겼을까?

“와.”

폼 미쳤네.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베리타스와 히마리 선배, 그리고 엔지니어부가 합작해서 제작한 실크의 새 히어로 장비, 일명 ‘비전(Vision)’이었다.

‘비전’은 비브라늄 방패를 의뢰하기도 이전에 말해놓았던 장비로, 와카모와의 결투로 거의 깨져가던 가면을 대체하기 위한 장비였다.

처음에는 그냥 가면만 의뢰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금을 얻은 김에 여러 기능들을 추가해서 아예 새 장비로 제작하게 되었다.

‘크으, 이거거든.’

내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홀로그램과 시야 곳곳에 출력되는 수많은 정보들.

지금은 간단하게 시선에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고 관련 정보를 출력하는 데에 그치는 성능이지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때에는 히마리 선배나 베리타스 애들이 도와주며 여러 정보를 제공해주리라.

‘인공지능이 아닌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아이언맨처럼 AI가 탑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또한 나중에 베리타스와 협업해서 만들어 볼 예정이다.

내 활동을 보조할 인공지능. 이름도 미리 정해두었다.

‘이름은 당연히 ‘자비스’. 이것말고는 없지.’

이건 국룰이었다. 나중에 빌런이 되어 키보토스에 카다란 운석을 쏴버릴지도 몰랐지만, 아무튼 자비스라는 이름은 버릴 수 없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비전을 벗었다.

“최곤데요?”

“흐흣, 다행이야…….”

“후후…….”

나른한 표정으로 기쁘게 미소짓는 히비키.

그 옆에서 마찬가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엄지를 척 치켜드는 우타하까지.

나는 두 사람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저녁까지 어울려주다가 엔지니어부를 빠져나왔다.

3.

메인스토리가 시작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게임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정확한 시간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소였다.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스토리의 전개 순서와 대략적인 사건은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정확한 시간 배열과 시작 시점을 짐작하기가 어려웠기에.

‘적어도, 샬레 출범 직후인 지금은 아니겠지.’

현 시점에도 샬레의 선생님은 발 빠르게 키보토스 각지를 쏘다니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계셨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나아지는 평판과 인식이 내 눈에도 보일 정도. 하루가 다르게 선생의 인품이 키보토스 전역에 퍼져가는 중이었다.

이는 어째서 다른 학원의 학생들이 선생을 정치적으로는 경계하더라도, 개인 간의 경계심이나 견제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내가 대략적인 시간을 추측할 수 있는 힌트이기도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자.

[블루 아카이브]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메인 스토리의 초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던가.

‘주 무대인 학원이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선생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해당 자치구로 찾아간다.’

이는 첫 번째 메인스토리부터 통용되는 일종의 클리셰와 같은 전개 방식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게임 속 메인스토리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와 전개로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니까.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의 폐교 위기.

밀레니엄 게임개발부의 폐부 위기.

트리니티 보충수업부의 고문 요청.

학생의 위기, 그리고 간절한 부탁.

이에 응답하는 선생이라는 전개 방식으로 메인스토리의 초반 부분이 전개되는데 이것이 내가 시작 지점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힌트다.

현 시점에서 샬레의 입지와 평판, 그리고 인식.

샬레가 막 출범한 이 순간에 선생은 키보토스에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가?

단순히 세간의 인식이 아닌, 각 학원의 ‘권력자’들이 선생에게 가지는 인식 말이다.

‘최소 경계대상, 최대는 학원 위협요소지.’

샬레의 선생님은 현재 실종된 총학생회장의 대리자로써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각 학원에게 정치적으로 경계를 받고 있는 입장이다.

차근차근 그의 행보와 성품이 알려지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현 시점에서 각 학원 권력자들의 선생을 향한 인식은 ‘경계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경계대상인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언제나 존재하기에.

만약, 선생이 아비도스를 배신한다면?

만약, 선생이 밀레니엄에 간섭하려고 한다면?

만약, 선생이 트리니티에 위협이 된다면?

아직 명확히 결론 내리지 못한 ‘선생’이라는 변수가 이제 막 회복을 시작한 자신의 학원에 가져올 여파를 짐작할 수 없는 만큼, 각 학원은 현 시점에서 섣불리 선생에게 접근하거나 무언가를 요청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적어도 한 달. 그 이후에 시작되겠는데?”

물론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적어도 몇 주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애초에 그때 아비도스의 날씨가 지금처럼 겨울도 아니었고 말이지.”

여러 가지 파편적인 정보들로 메인스토리의 대략적인 시작 시점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 또한 활동 계획을 수정해야겠지.

‘원래는 학생 신분으로 의뢰나 받아서 자금이나 확보할까 싶었는데, 생텀타워가 복구되서 도시 전체가 혼란스러워진 지금이라면…….’

히어로 ‘실크’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일지도 몰랐다.

고민은 잠깐이었고, 결정은 빨랐다.

“우선 게헨나부터 가보도록 할까.”

키보토스 최악의 무법지대라 불리는 자치구.

게헨나 학원.

영웅 실크의 다음 무대는 바로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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