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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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울을 보았다.

그곳엔 기억에 없는 소녀가 서있었다.

새하얀 은발. 푸른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에는 동그란 링이 둥둥 떠있었다.

뭐지? 죽은건가?

“음. 일단 살아있긴 한데.”

생명은 붙어있다. 하지만 있어야할 것이 떨어졌다.

성별이 달라졌다.

아니, 성별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살고있던 집도, 물건들도, 더 나아가 세계가.

빙의.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던 현상이 나에게 벌어지고 말았다.

“…….”

큰 충격을 받을줄 알았으나 의외로 덤덤했다.

어떤 세상인지 대충 짐작이 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처한 상황 자체가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개꿀인데?”

빙의 전 내 나이, 스무살.

곧 있었으면 군대로 끌려갔을 나이.

왜 빙의했는지는 몰라도 국방부라는 악신에게 붙잡혀 강제로 다크판타지 이세계(군대)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인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이라.”

내 학생증과 교복에 떡하니 새겨져있는 심볼.

이 세계, ‘블루 아카이브’에서 아마 공대나 과학고의 역할을 하던 굉장히 이과지향적인 학원 및 자치구.

나는 그곳의 학생, 그러니까 아직 플레이어블이 되지 못한 모브로 빙의한 듯했다.

“진짜 개꿀인데……?”

물론 다시 학교를 다녀야한다는 사실은 조금 비극적이긴 했으나 이 정도면 양반이었다.

트리니티, 게헨나, 더 처참하게 아비도스였다면?

“오우…….”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상조차 하기도 싫은 학원들이다. 애초에 다른건 몰라도 그곳들은 조만간 메인 스토리에서 빵빵 터져나갈 장소들 아닌가.

심지어 환경적으로도 최악인 장소들이다.

현대 사회에서 살다온 내겐 여기가 최고야.

“그리고…….”

나는 생각을 멈추곤 다시금 학생증을 내려다봤다.

과학고의 명성답게 디지털로 된 학생증을.

[이름 : ■■■]

[학년 : 1학년]

[소속 동아리 : X]

“도대체 뭐냐, 이건.”

이름칸이 공백이다.

정확히는 모자이크가 칠해진 듯이 읽을 수가 없다.

뭐지? 저게 빙의 목표인건가? 빙의한 몸의 기억을 찾아서 이름을 되찾아라? 그게 아니면-

“……내가 직접 이름을 정해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차후 생각해봐야 할 듯 싶었다.

띠링-!

그 순간, 어디선가 알람 소리가 울려퍼졌다.

침대 위에 올려져있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8 : 00 – 학교 가는 날!]

그래. 다른건 몰라도 우선 나가보자.

“이왕 빙의했으니 살펴보긴 해야겠지.”

빙의?

일단 한번 해보죠.

2.

“시발.”

학교로 향하는 길, 나는 절로 입밖으로 욕을 내뱉으며 깊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아무리봐도 학교를 지각하게 생겼으니까.

“왜 그딴 생각을 해가지곤…….”

학교로 향하기 전, 나는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출하기 전 가볍게 씻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섰었다.

물론 몸을 씻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머리카락만 감고, 세수만 하고 나갈 생각이었지.

“망할.”

그게 실수였다.

여자의 머리카락 길이를 얕보고 있었다.

아리스마냥 바닥에 쓸리는 정도는 아니어도 어깨 아래까지는 내려오는 은발은 일일이 샴푸를 묻히고 물로 행궈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이후엔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이 더 지옥임을 깨달았지만…….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야되냐고.”

더 지옥은, 밀레니엄 건물 내부구조를 하나도 모르는 나 자신의 현재 상황이었다.

안그래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짜증나 죽겠는데 미처 다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이 볼에 달라붙는다.

“돌겠네.”

빙의당했을 때에도 멀쩡했던 멘탈이 흔들린다.

새삼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키보토스의 학원들은 어떤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고등학교처럼 의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는가.

혹은 대학교처럼 수강신청을 통해 시간표를 짜는가.

게임에서 동아리 활동이 주된 배경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후자일 경우가 더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내가 빙의한 몸뚱이의 핸드폰에는 그런 시간표 같은 것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보통 어플이나 사진으로 시간표를 남겨놓지 않나?’

대체 어떤 학교생활을 보내온 것인가.

내가 빙의한 몸이 생각 이상으로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거기, 무슨 문제라도 있니?”

핸드폰을 붙잡고 씨름하던 내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받자.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어?”

나는 순간적으로 눈동자를 크게 키울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니?”

“횡령- 아니, 학생회장… 님?”

당신 왜 여깄어.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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